“혹시 초과 근무를 했다가 수급 자격을 잃을까 조마조마합니다.”
올해 21살이 된 A씨는 아동그룹홈을 떠나 자립을 택한 지 1년이 됐다. A씨는 대학을 다니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생계급여 자격을 잃을 수도 있어서 근무 시간을 조절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지난 3~4월에 업주의 부탁으로 초과 근무를 하면서 급여가 늘어나자 정부에서 받는 생계급여가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A씨는 “급여날이 다가오면 오히려 제발 예상보다 월급이 많지 않기를 바래야 하고, 넘으면 또 구청 기초생활수급 담당자한테 전화해서 사정해야 한다”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유지하려면 방학 때도 아르바이트를 많이 할 수가 없고, 돈도 모을 수가 없다보니 암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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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다운
자립준비 청년들이 아르바이트와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유지하는 것을 두고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있다. 대학을 진학한 경우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벌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이는 돈이 일정 금액을 넘기면 수급 자격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호자가 없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 혹은 사회적,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의 경우 만 18세 청소년까지 아동 보호·지원 기간을 적용하고, 보호 연장을 할 경우 최대 만 24세까지 시설에 머물거나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기준 중위소득의 30%로 1인 가구의 경우 이 금액이 58만3444원이다. 단, 아동시설퇴소 및 가정위탁보호종료 후 5년 이내의 자립준비 청년의 경우 생계급여 선정 시 근로·사업소득의 50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30%를 추가 공제한다.
다만 공제를 적용한다고 해도, 자립준비 청년이 수급 자격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아르바이를 통해 한 달에 134만원 이하의 수입을 올려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9160원)으로 계산한 최저 월급(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은 191만4440원이다. 수급자격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일부러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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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급여 근로소득 공제율./복지부 제공
보호 연장을 통해 그룹홈 등의 아동보호시설에 남아 대학에 진학한 청년들은 되레 더 빡빡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만 24세 이하나 대학생은 근로·사업소득의 40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에 30% 추가 공제하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러니 그룹홈 소속이나 자립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은 방학 기간에도 전일제가 아닌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하고, 급여조건이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나더라도 지원할 수도 없다. 수입이 잡히지 않는 불법 아르바이트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룹홈 아이들의 자립을 막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은 “대학생은 학교생활과 병행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힘든데, 거기다 월 기초생활수급비도 받을 수 없는 것도 부담이 된다”면서 “그룹홈 아동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활과 자립 준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서 4대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권장해 주시고, 기초생활 수급비를 환수하는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준섭 그룹홈 협의회 팀장은 “그룹홈 등 소속 아이들이나 자립준비 청년들은 수입이 생기면 수급 자격을 잃을 수 있으니, 아르바이트를 권장할 수가 없다. 근로의지를 고취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계속 그자리에 머물게 하는 것”이라면서 “아이들 자립을 위해서는 목돈을 모아야 하는데, 돈을 더 모을 수가 없게 만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을 하면 소득이 생기는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적인 문제점”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호종료 후 5년 동안은 소득을 감면조치하고 있는데, 소득이 이를 일정부분 초과하면 수급 자격 박탈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기사원문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2/05/04/MXPG4ORV45ANFFPPRGDRTYGZ5E/?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