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린 7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 제황산동 언덕을 오르는 차량 엔진이 가쁜 숨을 내쉰다. 좁은 골목을 헤매 제황초등학교 후문 근처에 있는 한 주택에 도착했다.
그 앞에 서 있는 한 남자. 우산을 쓴 '꿈놀이터' 이광원(42) 원장이다.
꿈놀이터는 지난 2008년 9월 문을 연 아동복지시설 공동생활가정이다. 애초에 가족이 아닌 이들이 모여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곳. 그렇게 공동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곳이 바로 꿈놀이터와 같은 그룹홈이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시사상식사전> 속 설명을 빌려본다.
'그룹홈은 1997년부터 서울시에서 도입한 복지제도. 보호가 필요한 소년·소녀 가장들에겐 시설보호보다 가정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 한 명의 관리인과 아이들 4~5명을 모아 가족처럼 살도록 한 제도이다.'
그룹홈은 넓은 의미에선 노인·장애인·노숙자·청소년 등 대상을 망라한다. 꿈놀이터는 이 가운데 한부모 가정 등에서 온 아이들이 부모와의 관계나 가정을 회복한 후 집으로 돌아가거나 자립을 준비하는 둥지 역할을 한다.
꿈놀이터에서 가족을 이루는 아이들은 총 6명.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물리치료사로 진해에 있는 한 병원에 입사한 친구를 포함, 8년간 자립을 하거나 가정을 회복한 아이도 있다.
이 원장은 "집단 양육시설 기능도 중요하지만 가정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룹홈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꿈놀이터를 찾는 아이들은 친부모의 방임이나 신체적·정신적 학대로 상처를 입은 상태다.
따라서 처음엔 그룹홈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집단 양육시설에 비해 적응기가 짧다. 의식주를 함께하는 '식구'가 되기 때문이다.
진해에 있는 한 사회복지법인에서 9년간 국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이 원장은 "70여 명의 아이를 매일 지속적으로 챙기기엔 힘들었다. 그래서 그룹홈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룹홈은 긍정적인 요소를 갖춘 아동복지시설임에도 지원만 놓고 봤을 땐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운영비나 지원금이 최저 기준에 머물러 있어서다. 이 원장은 꿈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에게 1인당 한 달에 45만 원이 지원된다고 말했다.
꿈놀이터 전체 운영에는 월 24만 원 지원이 전부. 직원으로 있는 사회복지사의 인건비는 최저임금이 기준이라고 한다. 이 원장도 20여 년을 일했지만 호봉이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이 원장은 이곳에 있는 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예로 들며 그룹홈 현실을 얘기했다.
이 학생에게 지원되는 월 45만 원의 생활비는 피아노 학원비, 일반 학원비, 용돈으로 쓰인다. 일반 가정에 있는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생활비로는 벅찬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다른 그룹홈은 시설장 임금을 아이들 생활비로 사용하기도 한단다.
이 원장은 "아이들을 최저임금으로, 최저생활 수준으로 키우라는 불합리한 현실이다. 왜 아이들이 최저로 살아야 하는가. 그러면서 최고로 키우라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8건의 형사고발을 받고 방황하던 아이가 지금은 사고 없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기적"이라며 아이들을 순수하게 보지 않고 최상을 바라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 원장은 "그룹홈은 지역사회 후원 없이는 운영이 힘들다"라고 주장한다.
다행히 꿈놀이터는 후원이 많아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 여름캠프를 다녀올 수 있었던 것도 후원자들의 도움 덕분이었다고 전했다.